2009년 11월 23일
See you someday!
나의 배웅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1.자거나(가는 그 순간까지)
2.현관에서 배낭을 맬 때까지 다정하게 인사하거나.
2번일 경우 늘 하는 인사는 See you someday. 지구는 둥그니까 언젠간 만날지도 모르잖아. 간혹 내 망할 발음으로 See you Sunday로 오해를 사서 서로가 웃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연락이 닿는 친구-는 없다. 고작해야 석 달 일했고 한국에 오는 여행자들이야 스탑오버로 사나흘 있다 가는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억지로 메일주소를 받거나, 페이스북에 애드하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냥 지구는 둥그니까, 언젠가 만나면 그게 좋은거니까.
그래도 난 이름은 다 기억하려고 애썼다. 항상 이름을 불렀고, 그것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내가 발음할 수 없는 요상한 언어들도 최대한-. 그때도 느꼈지만(어렴풋이) 지금은 확신할 수 있다. 내가 여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난 여름, 나는 내 두 번의 긴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보다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고 잊지못할 경험들을 했다. 게스트라는 입장에서 호스트라는 입장으로의 내 신분(?)의 변화가 있었던 것 빼고는 기분과 감정 그 모든 것이 동일했다.
언어의 장벽이 깊은 만큼 오가는 감정은 솔직했고 골도 깊었으며 때론 애틋했다.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자-따위의 건설적 마인드는 버리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이' 진심으로 대했다. 오해를 사고 화가 나면 그것을 사과하거나 변명할 기회따위는 두번 다시 없다. 지구를 다 돌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항상 '진심으로' 대해야한다. 화가 나고 짜증나면 말을 해야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화를 낼 수 없고, 그 기회또한 언제올 지 모르니까.(물론 언어의 장벽은 떄론 화도 누른다.)
복잡다단한 감정의 시간들을 지나, 다소 객관적인 시간이 되어서야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몇 번이나 실시간 포스팅을 하려고 애를 쓰다가도 실패를 거듭했다. 그 미묘한 기분과 경험들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들이 대부분 넌버벌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간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 프로필 사진을 바꾸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는지 아님, '이제 직딩'이라는 여유때문인지 갑자기 여러가지가 떠올랐다. 오늘 쯤에 만난 누구라면 자연스럽게 이런 기분을 영어로 지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언젠간 만나, 지구는 둥그니까.
그리고 잊지말고.
# by | 2009/11/23 01:55 | : 기억의 유통기한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