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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n | 2009/10/24 19:50 | 트랙백 | 덧글(0)

오늘의 말

배움이란 모두 좋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날이 늘어가는 나의 슬랭 이해도와 사용 빈도수를 생각하면.(-_-) 가급적 조심하려고 하지만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피하기가 힘들다. 그러던 와중에 어제 오늘 매우 참신한 슬랭을 배우게 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참 많이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의 알렉스와 핀란드의 요아킴이 자신들이 아는 유일한 한국어가 있다며 얘기한 것은 다음과 같다.
 -이~ㅆ ㅂ ㄹ ㅁ~ -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더니, 김기덕,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며 영화속에서 자주 나왔단다. 더불어 중국에서 일하는 미국인 에나 또한 자신도 안다며. 핀란드와 프랑스,미국의 거리를 생각했을 때 셋이나 안다는것은, 상당수의 외국인들이 안다는 의미겠다. 웃지 못할 이 해프닝에 잠시 당황하면서 나름 주의를 주었다. 베스트 프렌드 끼리만 쓸 수 있으며 매우매우 나쁜 말이라고. 그러나 욕이란게 늘 그렇듯, 쓰면 쓸 수록 입에 착착 감기고 늘어만 간다. (난 건강한 욕지거리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의다.) 그래도 반쯤은 씁쓸한 맘에 프랑스에는 같은 뜻을 지닌 욕이 뭐가 있냐고 물었다.(나도 같이 배워서 한국 욕에 프랑스 욕으로 대꾸해 주고 싶었다.) 정색하며 그런 말은 없단다. 배우면 큰일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없다고 딱 잡아떼는 것이었다.(웃기시네) 

'F'로 시작하는 영어의 그것과 한국의 'ㅆㅂ'에서 이야기는 어느덧 네덜란드까지 갔다. 우리의 네덜란드인 더치가 으쓱대며 말하길,

-우리 나라에선 'Get Cancer!' 라는 욕을 써-

한바탕 좌중이 뒤집어졌다. 네덜란드어로는 '암이나 걸려버려' 가 욕이라며. 후에 그 네이티브한 발음을 들었는데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었다. 뭐랄까 신선한 충격이었다. 슬랭이나 욕의 경중이라는 것이 다 그렇고,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들이 다반사인데 '암이나 걸려버려'라니. 뭔가 새로웠다. 마치 욕이라고는 한 마디도 못하는 순진한 애가 참다 못해 나름의 저주의 말을 퍼붓는 느낌같이. '귀엽다'라고 생각한 것은 나 뿐일까.

물론 후에 그것의 용도와 주의사항에 대해 들었는데 스스로에게도 쓸 수 있단다. 마치 우리 나라에서 '젠장, 망할'을 스스로가 하듯이. 스스로에게 '암에 걸릴!'이라고 욕하는 모습 또한 폭소거리 아닌가. (ㅠㅜ)
무엇보다 그간 듣고 배워왔던 것들이 상당 부분 인종적인,성적인 요소들을 가진 것들이 뿐이어서 뭔가 이건 그런 미묘함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영어를 하는)네덜란드인에게만 쓸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앞으로 쓸 일이 없을거란 소리다ㅠㅠ)

나는 내 참담한 수준의 영어를 알고 있고, 외국인이 한국어 욕을 할 때의 느껴지는 위화감에 대한 경험도 있기에 슬랭은 쓰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좀 필요할 때가 있긴하다. 앞으로 매우 유창해질지도 모르는(?)나의 영어와 가망없는 네덜란드어를 위해 훗날의 즐거움으로 기약해 놔야겠다.

by hein | 2009/10/19 03:27 | : 기억의 유통기한 | 트랙백 | 덧글(2)

일상의 무게


어제 부로 '이고지고' 인생을 잠시 멈췄다. 그 기념으로 한 장 남겼다.
집에 돌아와서-.
요근래 나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어디 살아?'와 '무슨 일 하세요?' 의 아주 일상적 질문들.
대답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대부분 갸우뚱 백이면 백 이해를 못하거나 꼬리를 무는 또다른 질문으로 날 곤혹스럽게 하곤 했다. 잠시나마 두 개의 집을 번갈아 다니던 지난 몇 달을 기념할 만한 증거품이 내 가방 정도일 거란 생각이 스쳐 사진을 찍었다. 또 꺼내놓고 보니 생각보다 얼마 없는듯- 싶기도 하고, 좀 불렸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누구 보라고-_-)

저런 짐을 매면서 든 생각은 역시 일상의 무게가 여행의 무게보다 확실히 무겁다-라는 사실.
여행 때 난 그 누구보다 가볍게 다녔는데, 일상에선 정말 왠만한 누구보다 무겁게 다닌다. 이게 내가 선택한 그 일상의 무게인가보다.

by hein | 2009/10/14 00:40 | : 기억의 유통기한 | 트랙백 | 덧글(0)

즐겁지만 괴롭고.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인도의 류시화.

그렇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하면서도 마음은 무겁고 괴롭다.

by hein | 2009/08/27 14:28 | In D A : india_2007 | 트랙백 | 덧글(0)

한국 여자

요며칠의 짜증덕에 몇 가지 기억이 살아났다. 아마도 첫 태국에 갔을 무렵, 짜투짝 시장이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흥정과 우리의 가벼운 주머니사정으로 번번히 돌아설 수 밖에 없던 그런 때였다. 우기고 사정하고, 그러다 '안사!'라고 강짜를 부리기도 하고.(그러나 그들은 우리보다 더 강했다.ㅠ) 아쉽게 뒤돌아서며 한탄할 때 쯤 먼 발치서 낯익은 소리들이 들려왔다. 한국 여자애 둘이 상인 하나와 요란하게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아이잉~부터 온갖 애교작전으로 가게 주인을 구워삶고 있었다.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하지만 결국 그녀들은 성공-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그저 먼발치서 멍-하게 그녀들의 애교 작전에 그저 감탄만 연발할 뿐이다. '애교'는 글로벌한 것!.......

그냥 '나'라는 여자를 한국 여자의 카테고리에서 떼어내놓고 생각할때, 한국 여자들은 확실히 뭔가가 있다. 종종 하곤하는 말이지만, 한국 여자들은 확실히 다른 나라 여자들에 비해 잘 꾸미고(예쁘다도 포함),싹싹하고, 애교 많고, 남자한테 잘 한다.(잘 구워삶는다-라는 표현도 포함) 나는 뭐랄까, 그 점에 있어서 나 또한 '한국 여자'라는 그 카테고리에 어찌어찌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좋아한다. 나에게 저 특성들이 약에 쓸만큼도 없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해준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아니다. 여튼 나는 나름의 내 것은 아닌 자랑스러움(?)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던 내가 엊그제 그런 '한국 여자'에 신물이 나버렸다.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요(영어를 못하던 그녀),그렇다고 그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요(한 남자 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그리했으므로). 자신이 어떤 시선을 받게 되었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여전히 눈웃음과 애교를 날리던 그녀를 한 대 쳐주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 건 한국 여자 특유의 시기와 질투 탓인가-라고 몇번이고 자문해봤지만, 그것 이전에 나는 그녀에게 창피함과 수치심을 느낀게 더 컸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그녀와 내가 같은 '한국 여자' 카테고리 안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녀가 받는 시선은 곧 내가 느끼는 것이기도 했다. 서양 남자애들에게 느껴지는 그 알 수 없는 눈빛에 나는 너무나 불편하고 화가 났다. 모든 서양인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만 그녀는 그들이 만나는 몇 안되는 '한국 여자'일 것이다.
칫솔질 하고 있던 서양애가 있는 욕실에까지 쫓아들어가 같이 칫솔질까지 하는 모습에 그만 기가 질려버렸다. 나만 유난 떠는 것일까-라고 아직도 수없이 반문하고, 별일없었으니 넘어가지 뭐-라고 생각하지만 밤새 날리던 그녀의 웃음과 서양애들의 눈빛이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는다. 친절과 호감에도 상식과 한계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인도 여행을 시작할 때 쯤 나의 여행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쉽게 보이지 말아라'. 한국 여자들이 누구한테나 친절하고 거절을 못하는 성격탓에 종종 '표적'이 된다며 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 말에 절감했던 것이 우다이뿌르에서였다. 여행한지 일주일도 안됐을 무렵이기도 했지만, 호수가에 저녁이면 몰려든다는 추근남들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반면 우리 옆의 유럽언니들은 무슨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녀들의 단호한 한마디에 추근남들이 꼬리를 내리고 가버렸다. 나도 이후에는 좀 더 단호한 모습으로 그들을 뿌리쳤지만 그래도 그 날의 유럽언니들의 포스에는 절대 못미친다. 물론 그들이 우리보다 체격도 크고, 유럽인 특유의 당당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그들은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도 철저하다. 본인들이 여자인 만큼 철저히 조심하고 자신의 것을 자신이 지키려는데 있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것은 여행 뿐 아니라 일상에 있어서도 당연히 지켜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나 또한 이런 말을 하는 데 있어서 서투른 일반화의 오류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모든 유럽인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든 그렇지 않든간에 여자든 남자든, 한국인이든 서양인이든 타인에게 피해와 오해를 줄 행동은 삼가고,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최대한)해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양여자들이 의존적이고 나약하고 똑똑하지 못하다고 시니컬하게 말하던 대니상과, 한국 여자들은 다 보여줘서 좋다며 비아냥대던 치기어린 미국인 브래드- 나는 거기에 똑바로 반문하고 해명할 수 없었다. 그건 내가 영어가 안되는 탓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들이 말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치질하는 남자애를 쫓아 욕실로 들어가 눈웃음을 날리며 나란히 양치질을 하던 '한국 여자',
술에 잔뜩 취해 영어를 배우고싶다며 들이대는 또 다른 '한국 여자'. 
그들과 그런 그녀들을 함께 보고 겪어놓고 어떻게 아니라고 말한단 말인가. '나는 그런 여자 아냐'라고 말하는 것 또한 나 혼자 빠져나오는 비겁한 변명밖에 더 되겠는가. 

by hein | 2009/08/22 23:41 | : 기억의 유통기한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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